오늘날 많은 국가에서 결혼 전 동거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여겨지며 사회적으로도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는 여전히 종교적, 전통적, 사회적 이유로 결혼 전 동거를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법률들은 요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해당 사회에서는 도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제도로 간주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동의 일부 국가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한 집에서 함께 거주하는 것 자체가 범죄로 간주된다. 반면, 유럽 일부 국가는 과거에는 법적으로 금지했지만, 현재는 사실혼 제도를 통해 동거 관계를 법적으로 보호한다.
이러한 규제는 단순히 사생활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교적 가치관, 사회적 규범, 국가의 정책 방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시행되는 결혼 전 동거와 관련된 기이한 법률들을 소개하며 그 배경과 의미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문화권마다 결혼과 동거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다양하고 독특한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1. 사우디아라비아 – 결혼 전 동거 전면 금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이는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근거한 규제이며, 위반할 경우 체포, 구금, 추방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2013년 제다에서 한 필리핀인 여성과 사우디 남성이 같은 집에 있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건이 있었다. 현지 경찰은 가족이 아닌 남녀가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것은 도덕적 범죄라고 판단했다. 이후 국제 사회에서는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지만,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 사회의 도덕을 지키기 위한 법"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호텔 투숙 규제가 일부 완화되었지만, 현지인에게는 여전히 강력하게 적용된다.
2. 아랍에미리트 – 미혼자 동거 금지에서 합법화까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아부다비에서는 과거 결혼하지 않은 남녀의 동거가 불법이었다. 2009년 두바이에서는 영국인 커플이 같은 아파트에서 살다가 이웃의 신고로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건이 유명하다. 이 사건은 국제 언론에 크게 보도되며 UAE의 보수적인 법률이 비판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이후 해외 투자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법 개정이 이루어져 미혼자 동거가 합법화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어서, 현지인 커플이 동거를 선택하면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가 많다.
3. 인도네시아 – 혼전 성관계와 동거 금지
인도네시아는 2022년 개정된 형법에서 혼전 성관계와 동거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위반 시 부모나 친척이 고소하면 징역형이 가능하다. 실제로 발리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현지인과 동거하다가 경찰 조사를 받은 사건이 발생해 국제 사회에 논란이 일었다. 발리는 관광지로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추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전체 법률이 적용되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유엔 인권기구와 여러 서방 국가들이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라며 비판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종교적 가치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4. 필리핀 – 사실혼 인정되지만 제한적
필리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톨릭 교리의 영향으로 이혼이 불가능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동거하는 경우는 법적으로 사실혼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일정 기간 함께 살고 공동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 법원에서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 자녀 보호권을 보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혼한 부부와 같은 재산권 보호는 받을 수 없다. 2010년 한 필리핀 여성은 15년간 동거한 남성이 사망하자 상속권을 주장했지만, 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이 사건은 동거 가정의 법적 지위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5. 말레이시아 – 종교적 규제에 따른 단속
말레이시아에서는 이슬람 신자에게 결혼 전 동거가 엄격히 금지된다. 샤리아 법원은 정기적으로 단속을 실시하며, 위반 시 체포와 벌금형이 내려진다. 2015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미혼 커플 수십 쌍이 호텔 단속 과정에서 적발되어 사회적 논란이 크게 일었다. 비이슬람 신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지만, 같은 지역에서 종교에 따라 법의 적용이 달라지는 점은 외국인에게 혼란을 준다. 인권 단체들은 이를 종교적 차별이라 비판했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슬림 사회의 도덕 질서를 위한 필수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6. 미국 일부 주 – 동거 금지 잔재법
미국은 전체적으로 결혼 전 동거가 합법이지만, 일부 보수적인 주에는 여전히 19세기 제정된 동거 금지법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미혼 남녀가 한 집에 사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2016년, 한 군인이 동거 사실이 드러나 군내 징계 논란이 벌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해당 법이 다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는 거의 집행되지 않지만, 법률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7. 싱가포르 – 주택 보조금과 동거 규제
싱가포르에서는 정부가 제공하는 공공주택(HDB)을 미혼 커플이 함께 신청할 수 없다. 2018년 현지 언론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커플이 동거하려면 비싼 민간 주택을 임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서두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동거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법은 없지만, 제도적으로는 결혼 제도를 강화하고 동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결혼을 강요하는 제도적 압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8. 중국 – 과거의 동거 단속과 현재
중국은 개혁개방 이전까지 미혼 남녀의 동거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았으며, 직장에서 징계를 받는 경우도 많았다. 1980년대에는 일부 지역에서 미혼 동거를 단속하는 법적 규정이 존재했다. 그러나 도시화와 사회 변화로 2000년대 이후 사실상 법적 제약은 사라졌다. 현재 베이징,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는 동거가 매우 일반적이다. 하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이 강하고, 동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9. 이란 –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화이트 매리지
이란에서는 결혼 전 동거가 불법이며, 적발되면 구금이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밀리에 동거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를 '화이트 매리지(White Marriage)'라고 부른다. 2019년 테헤란에서는 한 젊은 커플이 화이트 매리지 사실이 드러나 경찰에 구금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이후 보수 언론은 "전통적 결혼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반면 젊은 층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이란에서는 동거가 사회적 세대 갈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0. 스웨덴 – 세계 최초의 사실혼 법제화
스웨덴은 1973년 세계 최초로 사실혼 관계를 법적으로 인정했다. 결혼하지 않아도 재산 분할, 양육권 등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결혼과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전체 커플의 약 절반 이상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형태를 택한다. 과거 보수적 집단에서는 "결혼 제도가 무너진다"라며 반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혼 제도는 북유럽 전체로 확산되었다. 현재 스웨덴에서는 동거가 결혼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오히려 결혼보다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결혼 전 동거 관련 기이한 법률 요약표
번호 | 국가/지역 | 법률 내용 | 배경 | 특징 |
1 | 사우디아라비아 | 동거 전면 금지 | 샤리아법 | 외국인도 적용 |
2 | 아랍에미리트 | 동거 금지 → 합법화 | 관광 산업 | 사회적 비난 존재 |
3 | 인도네시아 | 혼전 성관계·동거 금지 | 종교 가치관 | 가족 고소 가능 |
4 | 필리핀 | 사실혼 인정 제한적 | 가톨릭 영향 | 결혼 제도 강화 |
5 | 말레이시아 | 이슬람 신자 동거 불법 | 샤리아법 | 종교별 적용 차이 |
6 | 미국 일부 주 | 동거 금지 잔재법 | 19세기 법률 | 실제 집행 드묾 |
7 | 싱가포르 | HDB 주택 신청 제한 | 주택 정책 | 결혼 장려 효과 |
8 | 중국 | 과거 동거 단속 | 사회주의 규율 | 도시·농촌 차이 |
9 | 이란 | 비밀 동거 불법 | 종교 규범 | 화이트 매리지 현상 |
10 | 스웨덴 | 사실혼 법제화 | 진보적 가치 | 세계 최초 제도화 |
결혼 전 동거 법률이 보여주는 사회적 가치 차이
세계 각국의 결혼 전 동거와 관련된 법률은 단순히 개인의 생활 방식을 통제하는 규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각 사회가 중시하는 가치와 종교적 전통,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처럼 종교 율법을 엄격히 지키는 사회에서는 동거 자체가 범죄로 간주되며, 이는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된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역시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일부 주의 잔재법은 사실상 사문화되어, 사회적 변화에 따라 법과 현실이 괴리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싱가포르처럼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간접적으로 동거를 억제하는 경우는 결혼 장려 정책과 맞닿아 있다. 한편 스웨덴이나 북유럽 국가들은 동거를 결혼과 동등하게 보호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을 택했다.
결국 이러한 차이는 각 나라가 추구하는 사회 모델과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해외여행이나 유학, 이주를 고려하는 사람이라면 해당 국가의 기이한 법률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결혼 전 동거라는 개인적 선택조차도 한 사회의 전통과 규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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